류승옥
72.7x53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
가도가도 계속 논이었다. 그러다가 집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의구심 많은 개 한 마리를 만났다. 집을 열심히 지키는 것이 그의 숙명인 양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았는지
바짝 마른 개를 마주친 것이 전부였다. 그 개는 지나가는 나를 경계하며 엄청나게 짖기 시작했다.
그래도 반가운 것은 사실이었다. 소리가 나고 움직임을 보는 것이 좋았다.
저 멀리 다리가 보이고 다리 위에는 키 큰 들깨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아, 들깨는 저렇게 말리는구나."
예전에는 들깨 농사를 많이 짓는 곳에서는 들깨로 집도 지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다 말려 거둬들이기 전까지 놀기도 했다고 한다.
예쁘고 푸근한 이야기였다. 다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커다란 경운기가 움직이고 있었고 좌우로 왔다 갔다 했고, 그 앞에는 어르신 한 분이 서 계셨다.
백령 2리는 그렇게 짧게 나의 풍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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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 2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