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나 작가) 제가 두분께 궁금한 점이 있어서 덧붙였어요. 그냥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호기심인데요. 골든핸즈프렌즈(GHF)의 시간이 광화문 이전 카페부터 꽤 오래되었잖아요? 물론 저는 광화문 때부터 알았지만. 들은 바에 의하면 오랜 시간 두 분이서 GHF를 운영하셨는데 혹시 부부이면서 동업자로 지내시는 것에 기쁨과 슬픔은 없으셨는지.. 있으셨다면 슬픔은 어떻게 헤쳐나가고 계신지, 어떤 기쁨이셨는지 알고 싶어요. 선영: 정확히는 카페 이전, 14년도 제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부터 여동생과 함께 골든핸즈가 시작됐어요. 그때는 창작자들의 작업복을 만드는 일이었고, 우성씨는 2016년부터 골든핸즈라운지 카페 때 합류했어요. GHF는 6년차인데, 만약 둘 중 누구든 이 일을 혼자했더라면 아마 지금까지 하고 있었을까 의문스러워요. 못했을거라고 저희끼리 얘기해요. 함께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에게 없는 감각이 우성씨에게는 있고, 우성씨에게 없는 재능이 저에게 있어서 서로 보완이 되고 또 한 사람이 못 보는 것을 다른 한 사람이 보기도 하고요. 작가와 손님을 대하는 것도 혼자서 두팔로 안을 수 있는 크기였다면 둘이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네개의 팔만큼 더 넓게 더 많이 안고 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동업은 신뢰가 크게 요구되는데 그런점에서 남편 우성씨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동업자로는 적임자고요. 어떤 아이디어도 부담없이 나눌 수 있어요. 우성씨는 아트딜러로서는 저보다 한 수 위고, 생각이 유연해요.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보면 저는 예스 올 노로 단문형이라면, 우성씨는 자신의 모든 삶과 경험을 끌어와 풍성하게 이야기할 줄 알아요. 그래서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고, 다양한 주제를 끌어내지요. 함께 일하는 것의 기쁨과 슬픔을 다른 말로 감사와 분노라고 할 때 앞서 말한 것은 감사한 부분이고요. 분노는 역시 일과는 상관없이… 부부간의 갈등일 것 같네요. 부부간의 갈등이 일과 사를 넘나들기 때문이에요. 또 한편으로는 동업자가 가족이어서 아이디어를 일로 전환시키는 것이 더딜 때가 있는데 그게 단점이에요. 추진력이 세월아 네월아 할때가 있어요.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만난 두 사람이 동업을 한다면 그럴 수 없잖아요. 우성: 일과 생활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 기쁨이자 슬픔이에요. 어쩔 땐 침대에 누워 자기 전까지도 일에 관련된 얘기를 선영씨와 나눌 때가 있어요. 잘 때까지 일 얘기를 해야하는 걸까 싶기도 하지만 그 시간이 싫다고 여겨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둘다 이 일을 좋아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쪽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이미나 작가) 저도 그림을 그리지만 전시를 보는 것에 게으른 편이고 세상에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있구나, 생각하면 아득하다고 느낄 때도 있는데요. 두 분은 다른 작가님들의 전시나,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정말 부지런히 다니시는 것처럼 느껴져요. 전시를 보실 때 작품의 어떤 부분을 가장 집중해서 보시는지, 작가의 이야기에 몰입되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선영: 부지런히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로 저희 생활권인 종로 중심으로만 다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좋아하는 갤러리와 미술 공간에서 소개하는 전시는 챙겨보려고 하고 있고, 지인 작가님 전시가 있으면 가는데, 일의 연수가 쌓일 수록 갈 곳도 많아지네요 하하. 저는 작가의 이야기 자체에 관심이 있어요. 말하려고 하는게 뭔지, 뭘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데 노력해요. 아는 작가분이나 유명한 작가들의 전시는 작가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작업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쉽게 작업에 빠져 들어갈 수 있고요. 저한테는 스킬이나 완성도 같은 것보다는 작업이 제 감정 어떤 것을 건드리고 있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감정을 터치하는 작업은 기억에도 오래 남고요. 우성: 저는 작업 자체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작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상황과 관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전시가 만들어지기까지 다단한 과정들이 있을텐데 그 과정들이 어떠했을지 작업의 결과물을 통해 유추하고 상상해봐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구요. 작가의 이야기는 역시 얼마나 솔직한가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이미나 작가)두 분이 작가님들과 작업을 생각하시는 모습을 보면 작가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도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걸 다른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누려고 하시는 것처럼 보여요. 관객에게 작가의 이야기를 전할 때 어떤 마음이신지, 관객이 어떻게 느꼈으면 좋겠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실까요? 우성: 전달자로서 객관적인 입장과 나름의 해석을 통해 주관적인 면을 가지는데요, 그 비율이 균형을 이루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딜러는 작가와 러닝메이트 같은 관계라고 생각하거든요, 작가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고 작가를 가까이에서 지지하는 한 사람으로서 손님들이 ‘아 작가가 이런 사람들과 일하고 있구나, 다행이다.’ 느끼신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선영: 저희의 역할 중 하나가 작품 거래에 있기 때문에 작품의 가치를 깨우는 것들을 찾아 잘 전달하려고 해요. 손님이 작품의 가치를 알아봐 주길 바라면서요. 작품은 되게 함축이 있잖아요. 작가가 작업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있을 것인데, 그냥 지나가며 슥 보는 것으로는 전달이 안되니까,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이는 것 너머로 들리는 것들, 작가의 이야기나 에피소드들을 작가를 대신해서 이야기 하고 있고요. 작업이 자신의 이야기와 닿아 있는 부분을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예술이 멀리 있지 않고, 내 삶과도 가깝구나 하고요. (이미나 작가) 저는 작가이다보니 혼자서 작업을 하고, 그걸 즐기는 편인데요. 두 분께선 전시를 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시잖아요. 사람을 만나는 일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누구나 많은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런 어려움은 있으신지, 해소하는 방법이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우성: 작품을 팔면 해소가 아주 잘 되던데요?^^ 농담반 진담반이구요. 결국 손님들과 함께하며 소모된 에너지는 다시 손님들과 작가님들과 교류하며 채워지는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이 일을 통해 너무 좋은 분들, 어쩌면 반드시 만나야만 했던 분들을 알고 만나게 돼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영: 사람 많이 만난 날은 많이 피로도가 쌓이는데, 저는 집에서 에너지가 충전되는 성향이고, 집에 가서 잘 쉬면 바로 또 회복돼요. 손님 응대하는 일에 우성씨가 많은 부분 감당하고 있어서 저는 에너지를 많이 아낄 수 있어요. 각자 스타일대로 사람들을 맞는데, 저는 대접하는데 기쁨이 있고, 우성씨는 대화하는데 흥미가 있고요 그런 점에서 서로 분담하고 있어요. 저희 공간에서 작가와 우리가 함께 준비한 것을 사람들이 누리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있어요. 하루를 보내고 되짚어 보면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감사하고, 즐거워요. 창창당을 마련하게 된 데도 그런 이유가 있고요. 광화문 골든핸즈프렌즈 (이미나 작가)두 분께서 작가의 작업을 좋아하시고 소개하려고 하는 열정이 끊임없이 샘솟는 것처럼 느껴져요. 작가와 작품을 관객들에게 소개하면서도 관객들의 이야기를 듣는 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혼자 망망대해를 건너나? 싶다가도 그림을 보러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유대감이 들기도 하고요. 저는 골든핸즈프렌즈의 특징이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간을 꾸려나가는 두 분의 열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선영: 콘텐츠나 전시를 준비했는데 피드백이 없으면 참 힘 빠져요. 회의도 들고요. 문화 사업도 자선 사업도 아닌데 수익이 나지 않으면 계속 하기도 힘들고요. 그런데 주변분들이 저희를 많이 도와 주세요. 일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도 있고, 전시를 연계하며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주시는 선생님도 계시고요. 작가님들이 보내 주시는 응원, 애정, 의리도 저희에게는 열정이에요. 가족들과 교회분들이 저희를 기억하며 기도해주시고, 손님으로 만나서 친구가 되어 가는 분들이 관심을 늘 보내 주세요. 저희가 뭘 하면 꼭 찾아 오시고요. 받은 사랑으로 계속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성: 저는 제가 정말 해야할 일을 찾고 싶어 오랫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여러 현장들을 찾아 다녔어요. 아내 덕분에 우연히 지금의 아트딜러 일을 하게 됐는데요, 하면 할 수록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좋아하고 잘 하고 싶은 일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아마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열정' 비슷한 것이 발현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한가지 더 보태자면 자기 기준을 가지고 지지하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손님들을 많이 만나고 만들고 싶은 마음도 한 몫 하는 것 같구요. (이미나 작가)컬렉터로서 어떤 작가의 작품을 살 때, 그 작품을 사는 이유는 다 다르겠지만 한가지 공통점을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선영: 한 사람이 골랐어도 두 사람 모두 좋아한다. 우성: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파는가, 혹은 만들었는가. 잘 모르겠지만 한번 믿어보고 싶은가. 이미나 작가, 숲 속의 늑대. (김선영의 소장품) (이미나 작가) GHF를 운영하시면서 당장 지금이 아니더라도 이루고 싶은 꿈이나 소망같은 게 있으실까요? 선영: 저희와 함께 하는 작가님들이 모두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무엇이 잘 되는 것인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선한 쪽으로요. 저희는 작가분들께 지금 필요한게 뭔지, 저희 손님들이 원하는게 뭔지 계속 생각해요. 작가 한분 한분께 맞는 프로모션을 좀 팍팍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음 그럴려면 저희에게도 든든한 후원자가 생기면 좋겠네요 하하. 사실 지금의 작가님들과 손님들이 저희의 후원자예요 모두. 운영면에 있어서는 돈은 안되지만 제 로망 비지니스를 자주 상상해보는데요. 작가들의 작업으로 조성한 아트스테이를 운영해보고 싶어요. 주말에는 하우스 콘서트를 열어 클래식과 재즈 공연을 함께 누리고요. 정원과 뜰도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정원에서 딴 허브로 차도 같이 마시고, 뜰에서는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이 열리고요 자유롭게 쉬기도 하고요. 시간이 많이 지나 우리의 업력이 쌓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때는 ghf 재단도 꾸려 나가고 싶어요. 우성: 작가님들과 손님들에게 오래도록 편하고 든든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미나 작가) 두 분만 알고 계신 계동 근처의 맛집과 카페를 소개해주세요. (중요*) 선영: 저희만 알고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전시가 있을 때 저희 전시 포스터가 붙은 곳은 사실 저희가 추천하는 ‘블루리본' 같은 가게들이에요. 맛있고 좋은 음식을 좋은 이웃이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에요. 저희가 자주 이용하는 곳들이죠. 밀과 보리는 집밥같은 한정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인데요 저희가 입이 마르도록 주변분들께 추천하는 식당이고, 손님이 오시면 거의 그곳으로 모시고 가요. 밀과 보리는 특별히 미술 분야에서 일하는 저희에게는 살롱같은 곳인데요. 북촌의 갤러리, 미술공간 관계자들, 작가분들, 예술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에요. 밥 먹으러 갔다가 역시 예술 애호가이신 밀과 보리 사장님이 여러 분들을 소개해주셔서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맺으며 왕래하고 있고요. 일월카츠도 추천해요. 깔끔하고 맛있는 돈카츠와 우동을 먹을 수 있는 곳인데, 사장님 부부의 접객 철학이 참 근사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가보시면 알아요. 맛집 질문에 답변을 가장 길게 하고 있네요. 베이킹도우의 피자, 침스버거, 비엣콴의 쌀국수와 반미 그리고 떡볶이 업그레이드와 어묵에 진심인 모퉁이 분식, 한우가 듬뿍 들어간 부영 도가니탕, 푸짐하고 착한 가격의 소소샐러드도 가보시면 좋겠어요. 카페는 늘 저희 포스터를 붙여 주시는 창창당 골목 맞은 편에 있는 루이스와 원서동의 터줏대감같은 동네카페, 계동길에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무에와 공드리 추천해요! 공드리는 끼니와 커피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유럽형(^^) 카페예요. 키마 카페와 맥주가 참 맛있어요. 우성: 집밥과 창창당 커피도 맛있어요… 그리고 선영씨와 매일 함께 먹어서… 저는 이하동문으로 하겠습니다. (이미나 작가) 응답자의 갑작스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9 이미나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