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개를 나처럼 사랑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싫어하고 혐오하는 것처럼 그 개를 미워하기도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개가 언젠가는 일찍 떠나서 내 일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날도 올 것이라는 걸 되새겼다. 점점 더 개를 그리고 싶어졌다.
개와 살아온 시간만큼 개의 습성과 몸의 구조를 알아서 그들의 자세도 감정도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외롭고 신나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차분히 응시하기도 하는 개들을 그렸다. 두려워하지만 호기심에 찬 개들. 결국 상상은 사람인 내 몫이었다. 그래서 그림 속 개의 눈은 인간을 닮았다. 불확실한 확신 속에서 그들의 마음을 상상하는 일이 즐거웠다. 개와 인간 사이 넓고 깊은 낭떠러지에 개들의 슬픔, 개들의 안도, 그들의 평화, 인간과 사는 개들의 피로함, 개와 사는 사람의 피로함이 쌓이고 채워져 우리는 배를 타고 만난다. 내개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허공에 찬물을 건너는 일처럼 마법같은 일이라는 걸 안다.다만 우리는 조금씩 외로워서, 사람도 개도 어느 순간에는 약해진다는 것을 알아서 허공에 배를 타고 만나서 우정을 쌓는다. 까만 개는 어렸을 때보다 약해지고 화가 많아지고 참을성이 없어졌다. 나에게 날카로웠던 태도에는 오히려 약간의 너그러움이 더해졌다. 나도 그랬다. 부드러움이 우리가 같이 나이먹는다는 증거가 되었다. 나는 늙어가는 개와 쌓아온 우정과 희석된미움을 양분 삼아 그림 속 개들을 그렸다.
글. 이미나
이미나
안도, 긴장, 그 개들의 이름
45.5 x 45.5cm
캔버스에 먹과 유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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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긴장, 용기 그 개들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