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의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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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개가 어느 순간 늙어서 약해져 갈 때 나는 먼저 간 하얀개가 떠올랐다.아빠의풍산개였다. 그개를 좋아했지만 그가 제일 좋아한 인간은 아빠여서 나의 개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친절하고 한 고양이와 친구를 하던 다정하고 사나운 개였다. 젊었을 적 풍산개는 혼자 있을 때 목줄을 풀고 나가 오리를 잡거나 너구리를 잡으며 늑대처럼 굴었다. 사람이 맡지 못하는 냄새와 듣지 못하는 소리로 가득한 세계에 살았다. 가끔 그 하얀개가 미어지게 보고 싶어졌다. 우리는 함께 산 것이 아니어서 나는 단편적으로 그 개가 늙어 버린 장면들만 기억이났다. 늘어지던 가슴 가죽, 예전만큼 걷지 못하고 헥헥대던모습. 보고 싶은 개를 떠올리다가 처음 개를 그렸다. 그림을 그리면 덜 보고 싶어질까 싶어 그와 닮은, 행복하게 웃는 개를 그려봤다. 그릴수록 개와 지냈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지만 생각보다 괴롭지 않았다. 그뒤로 조금씩 개를 그릴수있었다. 편치 않았던 마음이 옅어졌다.

 

개를 그리기 시작하고 이제는 등이 굽어 구부정하게 걸어다니는 까만 개를 보면서 그동안의 내 두려움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까만 개는 늙어서 예전처럼 뛰지도 못하고 피부에는 버찌같은 혹이 생기고 눈도 탁해졌지만 살아있었다. 개에게는 죽음이 더 멀거나 더 가깝지도 않았다. 개의 삶과 죽음을 평행선에 두자 더이상 개를 그리는 게 두렵지 않아졌다.

 

글. 이미나

 

 

 

이미나

뽀뽀의 모양새

53 x 40.9cm

캔버스에 먹과 유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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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의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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