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에서 참새가 처음 등장한 것은 ‘마지막 새’(2014년) 에서다. 숲 작업을 진행해 오다가 겨울에도 푸른 숲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푸름이 사라진 계절과 자연의 기운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집 앞에 있는 감나무에 찾아오는 새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참새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제작한 참새의 형태는 평면 안에 있지 않고 손으로 빚은 입체 작업이다. 끊임없이 고민하며 만들어내야 했던 회화 작업을 해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짧은 시간 안에 완성된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반복적인 작업 활동을 요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겨울의 참새는 작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외형의 이유를 들여다보면 측은함이 느껴진다.
<참새>, 5x5cm, 지점토 과슈 바니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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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어떻게 작업하게 된건가? 도자 작업 하시는 줄은 몰랐다.
도자기는 아니고, 지점토로 만들었다. 백 개 정도 만든 것 같은데, 한 데 모아 놓고 보면 운집해 있는 모습이 하나의 작품이 될 것 같더라. 이 새 한 마리가 회화 속 점 하나의 느낌이랄까. 2012년 아는 형이랑 같이 살던 이태원 집에 큰 창이 있었는데, 창을 열면 감나무가 보이던 바깥 풍경이 그 집의 낭만이었다. 그 풍경을 보고 싶어, 우풍도 세고 안그래도 추운집에서 한참을 창을 열고 밖을 바라보곤 했었다. 푸르렀던 계절이 지나면 나무에서 감이 무르익고, 그것도 다 사라진 한 겨울에는 잎도 다 떨어져 메마른 가지만 남은 모습도 바라다보고, 아침 새소리도 듣고, 새들이 쉬었다가 물 마시는 것도 보고, 앙상한 가지에 앉은 모습도 지켜보고. 관심이 가기 시작해 그때부터는 발견할 때마다 관찰하고 사진으로도 기록하고, 조금씩 작품 속에 작은새를 그려넣기 시작했고, 그 새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작가님이 만든 참새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이 보통 참새랑 살짝 달라보인다.
우리가 아는 참새랑 똑같은 참새다. 가녀린 그 참새가 겨울이 되면 저렇게 통통하고 귀여운 모습이 된다. 그런데 그게 실은 추운 겨울을 나는 생존수단인거다. 몸에 지방도 비축하고, 털도 부풀려 그 사이에 따뜻한 공기도 가둬두고. 자신을 변형시켜가면서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애 쓰는걸 보니 그 상황이 좀 안됐기도하고, 출근길에도 잎 하나 없는 나무가지 사이에 숨어 움직이는 것 보니 안쓰럽기도 했다. 학원에서 수업과 수업 사이의 비는 시간도 그렇고 짬짬히 나는 시간 중 무얼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마음에 남았는지 그 참새가 생각나더라. 그렇게 작업하게 됐다.
인터뷰. 권소이
이현호 <참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