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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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땅

 

한기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풍경. 나는 기절할 뻔 했지만 주인공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그림을 보는 건가 착각했다. 꿈이 아니었다. 털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 뒤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사체의 내장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매가 식사를 마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쫓 긴것이다. 매의 흔적은 없었으니 무사히 도망친 모양이다. 저눈, 나도 당장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 않은걸까? 그녀는 한참 내 다리와 뱃가죽과 얼굴을 바라보더니 하품을 쩍하곤 엎드렸다. 나는 내 연인에게도 해본 적 없는 아주 다정하고 새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눈 앞의 짐승은 개가

아님에도, 개들이 낮고 울리는 목소리를 싫어한다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안녕. 보기보다 신중하시네. 사람은 생각보다 맛이 없을 걸요. 그녀는 시끄럽다는 듯 눈동자를 들어 나를 봤다. 콧잔등이 씰룩였다. 조용히하라는 뜻 같아 입을 다물었다.

눈 속은 고요했다. 멀리 보이는 숲과 땅이 깊어지는 바다의 수심처럼 보였다. 주변의 나무와 덤불이 바람은 막아주었지만 한기는 어쩔 수 없었다. 쌓인 눈바닥을 훑으며 냉기가 몸을 타고 기어올라왔다. 나 역시 그녀처럼 비스듬히 누워서 그녀를 관찰했다. 늑대는 아주 먼 옛날부터 그 땅에서 살아 왔던 것 처럼 느껴졌다. 겨울 나무의 피로함, 햇살없는 겨울 하늘 아래서 건조함을 견뎌야하는 계절의 나무와 그녀의 털 색이 닮아 있었다. 그녀도 나무처럼 오래전부터 살아온 흔적을 지울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미나

눈을 떠

60.6 x 50cm

캔버스에 유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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