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희망)의 다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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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야기.

 

작은 검은 새. 검은 새는 약하고 희미했다. 검은 숲은 한번도 해가 뜬적이 없어서 새는 부모 형제의 얼굴도 몰랐다. 바닥은 끈적거렸고 여럿이 자신을 밟고 머리를 쪼는 느낌만 들었다. 늘 배가 고팠다. 하루는 코 앞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을 낚아채려다 형제들에게 떠밀려 둥지에서 떨어져버렸다. 발이 허공에 뜨자 검은 새는 허우적댔다. 몸이 붕 뜨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날개짓을 한 것은 본능이었다. 몸에 붙어 옴싹거렸던 날개를 펼치니 몸이 둥 떠올랐다. 위로 한번, 두세번 연이어 움직이자 추락하는 느낌이 사라 졌다. 떨어지고 오르고, 떨어지고 오르며 새는 숲 속을 날았다.

딱딱한 바닥에 닿으면 날개를 멈췄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곳으로 부리를 꽂아서 식량을 찾았다. 말캉한 것이 터지면 사냥은 성공이었다. 쉬고 날고 먹으며, 새는 사는 것에 익숙해졌다.어제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나무 위에서 쉬는 새의 배를 무언가가 쓰다듬었다. 냄새도 나지 않아서 새는 부리로 그것을 만졌다. 작게 재잘대는 소리가 났다. 뺨으 로, 이마로 그것을 만져보았다. 부드러운 생물이 배 쪽의 깃털을 당기며 놀고 있었다. 따듯하고 간지러웠다. 새는 날아오를까하다가 떠오르면 다시 그들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오랫동안 그 가지에 앉아 쉬었다. 쉬는 동안에도 그것들은 검은새의 어깨와 머리를 타고 놀며 히히덕거렸다. 뭉퉁하고 딱딱한 것으로 새의 옆구리를 슬슬 긁기도 했다. 그들은 살아있었다.

형제들도 살아있었지만 그를 간지럽히거나 기분좋게 하지는 않았다. 검은 새는 오래도록 이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숲에서 길을 잃어도 그들을 다시 찾을 수 있게 검은새는 그들이 내는 소리를 기억하고 냄새를 맡았다. 새는 그들을 작은 것들이라고 불렀다.

 

 

 

이미나

바람(희망)의 다른 말

60.6 x 40.9 cm

캔버스에 유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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